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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막[酒幕]/산부수첩

[남편의 육아일기]임신8주 입덧




예전에는 드라마를 보면 입에 손을 대고 '욱'하면서 임신했다는 신호를 알리는 장면들이 종종 나오곤 했다. 실제로 임신했을때도 그런가 궁금했지만 최근에는 영양상태가 좋아져서 그런일이 잘 없다고는 하지만 역시나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다.


울집 빵순이는 가족들이 임신했을때 입덧이 없었다고 해서 당당하게 본인은 입덧이 없을것이라고 호언장담을 하였고, 임신 6주를 넘어서까지 입덧이 없기에 그런가 보다 하고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지내고 있었다. 그렇게 8주가 되던 어느날 부터인가 속이 더부룩 하다면서 힘들어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저녁때 마다 '우웩'을 하는 토덧을하기 시작했다.


입덧을 하면 아이러니하게도 안심되는것이, 왠지 아이가 잘 크고 있다는 증거인듯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빵순이에게는 미안하지만 임신 초기에는 배가 나오는것도 아니고 특별히 증상이 있는것이 아니어서 마냥 조심스러울 뿐, 병원에가서 초음파로 심장소리를 듣기 전까지는 잘 자라고 있는것인지 이상은 없는것인지 하루종일 걱정을 하게 된다. 12주 전에는 하도 계류유산이니 뭐니 하는 안좋은 이야기들이 많이 보이기 때문에 불안해 하기도 하지만 입덧마저 없었으면 걱정이 더 심했을듯 하다. 입덧을 하면 하는대로 고생을 하다가 어느날 멈추면 혹시나 뭔가 이상이 있는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하게 되고, 또 토덧을 계속 하면 화장실에서 못나오는 빵순이를 보고 있으면 가슴이 아프기도 하다. 걱정과 혼돈의 임신초기 남편이되어버렸다.


다행인지 아닌지 토덧을 하기도 하지만 먹는것은 먹는것 대로 잘 먹어서 특별하게 땡기는 음식은 없지만 전반적으로 두루두루 섭취를 잘 하는 편이다. 하지만 배가 커지면서 내장이 눌려 배가 부른것처럼 느끼는 것인지, 많이 먹어서 배가 부른것인지에 대한 조절이 잘 안되는듯 하여 때로는 과식을 할때도 있다. 하루에 몇번을 하기도 하는데 낮에 산책하다가도 화장실에 달려가고 특히 저녁에는 밥먹고 이빨을 닦고나면 항상 한번씩 속을 비워내곤 한다. 칫솔이나 치약을 임산부용으로 바꾸어 보아도 소용이 없고 혹시 혀를 닦는 사이에 목젓이 자극되어서 '우웩'을 하나 해서 혀를 안닦아 보아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속편하게 밤이되면 한번 게워내는 것이 일상임을 인정한 후에야 걱정을 덜 하게 되었다.

 '우웩'을 하면서도 워낙 배에다 힘을 주기때문에 한동안 걱정도 많기는 했지만 지금 20주가 넘어가는 시점에서 이 글을쓰는 시점에서 아주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으니 산모나 남편이나 혹시나 토할때 배나 자궁이 너무 수축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남편에게 필요한것은 약간의 인내심과 불안해도 불안하지 않은척 태연한 모습으로 안정감을 주는 일인듯 하다.





언제또 갈 수 있을지 미정인 여행을 그리며.